그날 밤 드롯셀은 이불 속에 들어가 아랫입술을 깨물고 있었다.

 

 

드롯셀

뭔가요! 그 네리네인가 하는 아이는...

 

 

네리네

쭉 이 날을 기다려왔어! 너처럼 마을에서 온 일반인을 만나는 날을!

 

있잖아있잖아! 네리네에게 글자를 가르쳐 줘!

 

내일 아침에도 또 여기서 만나자! 약속이야!

 

드롯셀

엄청 실례에요! 이 드롯셀에게 일반이라니...!

 

읽고 쓰기를 가르쳐 달라구요? 내일 아침에 또 만나자구요?

 

거절이에요~! 숲 따위엔 절대로 가지 않을거에요!

 

숲 따윈... 절대...!

 

 

 

 

네리네

안녕네리네, 드롯셀♪ 오늘도 왠지 좋은 향기네~!

 

드롯셀

아 정말...! 옷에 얼굴 갖다대지 말아요...! 냄새맡지 말아요!

 

(숲에는 절대로 가지 않을 생각이었는데...!)

 

(어째서 난 여기에 있는거지!?)

 

 

드롯셀은 이른 아침의 상쾌한 숲의 공기를 들이마시고, 깊은 한숨을 내쉬었다.

 

 

네리네

앗...♪ 그 가느다란 나뭇가지랑 팔랑거리는 네모난 잎파리는...!

 

드롯셀

펜이랑 종이에요. 이건 문자의 일람표...

 

네리네

굉장해! 네리네를 위해 준비해 준거야!?

 

드롯셀

당신을 위해서라기 보다는... 내가 가르치는 데 필요해서...

 

네리네

대단해~! 고마워 드롯셀 선생님♪

 

드롯셀

서, 선생님...!?

 

(뭐, 뭐... 나쁜 느낌은 아니지만)

 

 

드롯셀은 코를 씰룩거리며 근처에 있는 그루터기에 앉아, 네리네에게 펜과 종이를 건네었다.

 

 

네리네

에헤헤...♪ 이걸로 『작은 새 이야기』를 써볼까~♪

 

드롯셀

작은 새 이야기...?

 

네리네

네리네가 생각한 이야기야! 아, 전부 다는 아니고, 계속 진행중인 이야기지만...

 

드롯셀

진행중인 이야기...? 잘은 모르겠지만...

 

네리네가 읽고 쓰는 법을 배우려는 건, 그 이야기를 써내기 위해서인가요?

 

네리네

맞아맞아♪ 네리네는 재미있는 이야기를 떠올리는 데는 천재라고 칭찬을 듣곤 하거든!

 

드롯셀

흐응...?

 

네리네

「어느 날, 숲 속을 다람쥐 씨가 달리고 있었다.」

 

드롯셀

응...?

 

네리네

「다람쥐 씨는 도토리를 주워, 맛있다는 듯이 뺨에 넣었다.」

 

드롯셀

이야기가 시작되버렸어...

 

네리네

「좋겠네 다람쥐 씨! 잘됐다 잘됐어!」

 

드롯셀

끝난거야!?

 

네리네

천재작가의 즉석 이야기야! 이렇게 재밌는 이야기를 들을 수 있다니 드롯셀은 운이 좋네!

 

드롯셀

저기 말이죠.... 솔직히 말하자면 재밌는지 어떤지...

 

 

???

너무 재밌잖아!!

 

드롯셀

히익!?

 

???

배를 잡고 웃을만한 걸작 코메디다! 엘브스의 숲의 역사에 영원히 남을 거다!

 

드롯셀

나, 나무 위에서...!? 도대체 누구세요!?

 

 

갑작스럽게 나무위에서 나타난 남자는, 드롯셀에게만 들릴만한 목소리로 작게 이야기했다.

 

 

???

어이, 아가씨. 잘 들리나?

 

네리네의 이야기는 정말 재밌어. 즐기지 못하는 네 감성이 나쁜거야!

 

드롯셀

시, 실례에요~! 전 수많은 명작을 읽고 교양을...

 

???

됐으니까 빨리 칭찬해! 네리네는 「특별」하니까!

 

드롯셀

특별...?

 

네리네

앗, 모리모리다~♪ 나무 모으는 중이야?

 

모리모리

맞아! 그런데 이야기를 속삭이는 가련한 목소리를 듣고 나도 모르게 빨려들어버렸지 뭐야!

 

아가씨도 재미있었지? 감동한 나머지 눈물이 줄줄 나오고 얼굴이 떨리지 않아!?

 

드롯셀

아니, 별로... 그보다 아까 코메디라고...

 

모리모리

됐으니까 빨리 칭찬해! 자 어서!

 

드롯셀

하아... 재밌었어요.

 

네리네

만세~! 역시 네리네는 이야기의 천재?

 

모리모리

물론이지! 게다가 웃음의 천사기도 하지!

 

네리네쨩은 정말 숲의 공주... 아니 요정인가? 아니면 여왕님?

 

캬! 한마디로 표현할 수가 없어!

 

드롯셀

당신...! 도대체 뭐하는 사람이에요!?

 

네리네

모리모리는 네리네의 아빠야♪ 숲에서 쭉 둘이서 살았었어!

 

드롯셀

네리네의 아버지...? 이 수상한 사람이...?

 

모리모리

그래, 영원히 둘이 함께야! 부럽지?

 

네리네

네네~! 우리들, 굉장해!

 

네리네&모리모리

LOVE!

 

드롯셀

(...내가 대체 뭘 보고 있는 걸까요?)

 

(그보다, 네리네가 특별하다는 건... 아버지가 말하는 것만으로는...)

 

......앗!

 

모리모리

그런데 네리네, 눈물 줄줄 흘리는 소녀랑 뭐하고 있었어?

 

드롯셀

줄줄 흘린 적 없어요! 제 이름은 드롯셀이에요!

 

네리네

......!

 

 

드롯셀이 대답하는 동안 네리네는 손에 들고 있던 필기용구를 등 뒤로 숨긴다.

 

 

네리네

아무것도~? 둘이서 숨바꼭질 하고 있었어!

 

모리모리

뭐라고!? 그거 굉장하네!

 

...어이 드롯셀, 숨을 때는 금방 발견되야 한다?

 

아니 잠깐...! 금방 발견되서는 네리네가 즐길 수 없지. 적당한 타이밍에 발견돼!

 

드롯셀

.........

 

모리모리

자 그럼 사랑하는 네리네쨩! 밥먹기 전엔 돌아와야 한다!

 

 

모리모리는 분주히 말을 남기고 잽싸게 나무위로 올라가 나무에서 나무로 날아 사라져갔다.

 

 

드롯셀

...읽고 쓰는 거, 모리모리에게는 비밀인 건가요?

 

네리네

응...♪ 모리모리를 깜짝 놀래켜 줄 거거든!

 

드롯셀

......!

 

 

드롯셀

무도회의 연습, 아버지에게는 비밀이에요! 깜짝 놀라게 해줄 거니까요~♪

 

드롯셀

...알겠어요. 그럼 필기용구의 사용법부터 알려드릴게요.

 

네리네

만세~! 너무 기뻐서 눈깔이 튀어 나올것 같아!

 

드롯셀

태연하게 뭔 소릴 하는거에요!? 묘한 표현은 자제해주세요~!

 

네리네

안돼는거야~? 모리모리는 자주 네리네가 너무 귀여워서 눈깔이 튀어나올 것 같다고...

 

드롯셀

정말이지...! 적어도 작가라면, 아름다운 말투도 의식해야 해요...!

 

네리네

그렇구나~! 자 그럼 그것도 알려줘, 드롯셀 선생님♪

 

드롯셀

후훗...♪ 어쩔 수 없으니, 이 드롯셀이 알려드릴게요~!

 

어느 새 드롯셀은 완전히 들떠...

 

펜을 잡는 법부터 문자의 기초, 때로는 어휘에 이르기까지 정중히 가르치기 시작했다.

 

 

 

 

 

 

 

 

 

 

 

 

 

저녁이 되어, 드롯셀이 그랑사이퍼로 돌아오자, 실프 일행이 재빨리 달려왔다.

 

 

 

실프

드롯셀. 사랑이란 건 뭐라고 생각해?

 

드롯셀

가, 갑자기 무슨 말이에요...?

 

 

안치라

실프가 물어봐서, 셋이서 쭉 이야기했어. 그래도 생각해보니 어려워서...

 

 

리리

레이디인 드롯셀 쨩이라면, 알지도 모른다는 이야기가 나와서!

 

드롯셀

(...분명히 실프 씨는, 인간의 사랑을 알고 싶어서 이 기공단에 들어왔고...)

 

(그, 그래도, 사랑이라니...! 갑자기 물어봐도 곤란해요~!)

 

실프

어때? 어렵다면 다른 단원을 찾아보겠지만...

 

드롯셀

으으... 무슨 소리를 하는거에요? 어려운 것 따위 없어요!

 

전 포트 브리즈에서 사랑의 전도사라고 불리던 숙녀...

 

사랑이라면 이 드롯셀! 라브 드롯셀에게 맡겨 주세요!

 

리리

와아...♪ 역시 드롯셀 쨩이야!

 

드롯셀

(저, 저질러 버렸어요~~~!! 러브 드롯셀은 또 뭔가요!?)

 

안치라

그렇게 굉장한 사람의 대답을 들을 수 있다니...!

 

실프

내 여행도 끝이 보일지도 몰라... 정말 기대된다.

 

드롯셀

으으... 그게...!

 

(모두들, 눈이 반짝거려...! 아아, 뭐라고 대답해야...)

 

 

모리모리

캬! 한마디로 표현할 수가 없어!

 

 

네리네&모리모리

LOVE!

 

드롯셀

그, 그래요...! 한마디로 표현할 수가 없는거에요!

 

안치라

에에~? 그런게 어딨어?

 

드롯셀

어딨고 자시고도 없어요! 어디를 어떻게 봐도 러브라는 건 말로 할 수 없는 거에요!

 

실프

그런가...

 

그래도, 확실히... 할머니도 그렇게 말했어. 사람에 따라 대답이 다른 거라고.

 

한마디로 표현할 수 없다... 말하자면 하나의 답을 찾지 말고, 시야를 넓혀서 생각해야 한다는 건가.

 

드롯셀

그... 그런거에요! 실프 씨는 알고 있군요!

 

리리

그렇구나...? 리리는 잘 모르겠지만, 역시 사랑의 무당벌레야!

 

안치라

전도사야, 리리쨩.

 

*무당벌레 - 텐토오무시, 전도사 - 덴도시

 

드롯셀

그, 그럼...! 이만 실례할게요!

 

실프

기다려, 러브 드롯셀... 조금 더 이야기를...

 

리리

...가버렸다.

 

오늘도 어딘가 다녀왔고, 역시 바쁜걸까.

 

안치라

유감. 드롯셀 씨와 친해지고 싶었는데...

 

 

드롯셀

으으, 안치라 씨 일행과 친해지고 싶었는데...!

 

현명한 레이디로 보이고 싶어서 무심코 허세를 부리게 돼버려요...

 

하아...

 

 

드롯셀이 시선을 떨어트린 곳은, 친가에서 온 편지더미였다.

 

 

드롯셀

......

 

......미안해요, 아버지, 어머니, 할머니.

 

......나를 걱정하고 있을까? 화가 났을까? 아니면 포기하셨을까...

 

 

드롯셀은 일어나서 천천히 거울 앞으로 다가갔다.

 

 

드롯셀

...괜찮아. 나는 특별한 아이니까...

 

오믈렛

삐삐~!

 

드롯셀

......

 

......오믈렛. 아직은 당신을 찾아낼 수 없어요.

 

 

드롯셀은 거울 가운데에서 울고 있는 오믈렛을 확실히 바라보고 그 머리를 손가락으로 쓰다듬었다.

 

기울어진 햇빛이 창으로 들어와, 드롯셀의 얼굴에 그림자를 만들어 내고 있었다.

 

 

 

 

 

 

 

 

다음날도 드롯셀은 엘브스의 숲으로 걸음을 옮겼다.

 

 

모리모리

오, 오늘도 왔구나! 네리네와 놀아줘서 고맙다!

 

어이 드롯셀... 나와 네리네 쨩의 사랑의 시간을 방해할 셈인가?

 

아니면 그건가? 혹시 백수인가?

 

드롯셀

부녀가 쌍으로 실례네요~! 바쁜 와중에 일부러 와주는 거라구요!

 

모리모리

흥... 시간을 내서 오고있다고? 네리네의 매력에 사로잡혀버린 건 아니고?

 

드롯셀

따...딱히...! 그런건...!

 

네리네

호오...♪ 두 사람 그렇게 딱 달라붙고, 너무 사이 좋아보이네!

 

모리모리

물론이지! 나랑 드롯셀은 정말 사이가 좋아!

 

드롯셀

하아...

 

모리모리

그럼 사냥하러 다녀올게! 기다려줘, 네리네 쨔앙!

 

드롯셀

...모리모리도 갔고, 공부를 시작할까요.

 

네리네

드롯셀 선생님! 부탁드립니다!

 

두 사람은 그루터기에 앉아, 필기용구를 꺼냈다.

 

드롯셀

네리네는 이상하네. 그 모리모리랑 같이 쭉 숲에 살다니...

 

네리네

그런가? 매일 굉장히 즐거운데...

 

그래도, 마을에서 평범하게 사는 건, 한번쯤 해보고 싶어!

 

드롯셀

평범하게 사는 것... 말인가요?

 

네리네

모리모리가 가르쳐 줬어! 마을에는 케이크라는 달고 푹신푹신한 먹거리가 있다고...

 

사람이 잔뜩 있는 거리고 있고... 책이 모여있는 집도 있어서, 여러가지 이야기를 맘껏 읽을 수 있다던가!

 

드롯셀

...평범하다는 건, 좋은 게 아니에요.

 

네리네

그런거야? 네리네는 부럽기만 한데...

 

이 숲 밖의 일은 상상할 수 밖에 없는 걸.

 

드롯셀

혹시... 그래서 이야기를 생각하는 건가요?

 

네리네

맞아! 이야기라면 케이크도 먹을 수 있잖아? 진짜 맛은 모르겠지만...

 

「톱밥처럼 푹신푹신하고 수액처럼 달콤한 케이크를 덥썩!」

 

드롯셀

그건 이미 나무잖아요...

 

네리네

아하하하! 역시 틀렸구나~!

 

드롯셀

.........

 

네리네가 쓰고싶다는 작은 새 이야기라는 건 어떤 이야기인가요?

 

네리네

오...♪ 네리네의 대표작, 기억하고 있었구나!

 

드롯셀

......앗, 당신에 대한 거라서 기억하고 있는 게 아니에요. 내 기억력이 좋은 거에요!

 

 

드롯셀이 강조하는 것을 신경쓰지 않고 네리네는 말을 이어간다.

 

 

네리네

모리모리가 말이지, 네리네가 잘 잠들 수 있게, 밤에 이야기를 해줘.

 

그 중에서 가장 맘에 든 게, 작은 새 이야기!

 

드롯셀

......어라? 네리네가 생각한 이야기가 아니었던 건가요?

 

네리네

모리모리는 제대로 기억하고 있지 않아. 제목도 내용도 애매모호... 꽤 옛날에 들은 이야기라서.

 

그러니까 네리네가 이어서 써서, 책으로 완성시키는 거야!

 

드롯셀

그렇구나... 그럼 제목도 네리네가 지은건가요?

 

네리네

뭐 그렇지~! 심플한 게 천재적이라고 모리모리에게 칭찬 받았어!

 

드롯셀

뭐라고 했는지 눈에 보이는 것 같아요... 그래서 어떤 이야긴가요?

 

네리네

후후후~! 작은 새가 주인공인데, 친구들과 남쪽의 섬으로 여행을 해!

 

드롯셀

......!

 

 

근처에 사는 소녀

저쪽에 그림책 쪽이 재밌다구? 작은 새가 남쪽 섬으로 여행을 해!

 

네리네

그리고는 대모험...! 불을 뿜는 산이라던가, 하늘에 떠있는 샘이라던가, 아무튼 여러가지로 굉장해!

 

드롯셀

......예전에, 그런 그림책을 읽어본 적이 있어요.

 

분명 제목은...

 

네리네

안돼~~~~!!

 

작은 새 이야기는 네리네가 스스로 생각할거야!

 

네리네의 작은 새는, 아직 남쪽의 섬에 도착하지 않았으니까!

 

드롯셀

에에? 너무 느리잖아요~! 남쪽의 섬에는 꽤나 초반에...

 

네리네

우와아아앗!? 왜 말해버리는 거야~!?

 

드롯셀

앗...! 미안해요, 무심코...

 

네리네

이제 몰라...! 메롱~!

 

드롯셀

으으, 제가 나빴어요! 부주의하게 뒷 내용을 말해버리다니, 레이디답지 않은 행동이었어요...

 

네리네

......용서해 줄수도 있어. 소원 한가지 들어주면...

 

드롯셀

...뭐, 뭔가요?

 

네리네

네리네랑 잔뜩 놀아주는 거♪

 

드롯셀

네...?

 

네리네

공부하는 중간에 술래잡기 하고 싶었어!

 

그리고 잔뜩 이야기! 숲 바깥의 일, 좀 더 가르쳐 줘!

 

그러면 용서해 줄게! 응? 괜찮지?

 

드롯셀

놀이...? 저랑 말인가요...?

 

네리네

...안되는 걸까?

 

드롯셀

으으... 그런 얼굴은 반칙이에요...

 

네리네

에헤헤~♪ 모리모리에게도 잘 말해둘게!

 

드롯셀

당신... 의외로 소악마계군요...

 

......알겠어요. 공부가 끝난 다음이라면...

 

네리네

신난다~! 그럼 드롯셀이 술래야!

 

드롯셀

잠깐...!? 그러니까 공부가 끝난 다음이에요~!

 

 

달려가버린 네리네를 데려오려고, 드롯셀 역시 달려나간다.

 

 

네리네

여기야~! 분발하지 않으면 언제까지고 술래라구~?

 

드롯셀

헉...헉...! 너무 빨라요~!

 

후훗...

 

 

다음날부터, 드롯셀은 매일같이 숲에 다니는 것이었다.

 

 

한편, 단장일행은 숲을 순찰하는 한편, 오메라스의 사람들에게 이야기를 듣고 있다.

 

비이

잠깐 괜찮을까? 엘브스의 숲의 경계에 있는 오두막에 대해 묻고 싶은게 있는데...

 

오메라스의 주민 1

... 오두막 따윈 없어. 그런 것 따윈.

 

루리아

저기... 재앙의 마물에 관해 이야기를...

 

오메라스의 주민 2

... 잘 모르겠어. 촌장에게 물어보지 않을래?

 

비이

역시 이상해. 이야기 하고 싶지 않다는 듯이, 없는 것으로 취급하고 있어.

 

루리아

네... 모두들 대체 뭘 숨기는건지...

 

소년

......알고싶어?

 

루리아

네...?

 

 

갑자기 소년이 말을 걸어와 일행은 얼굴을 마주본다.

 

 

소년

어른들은 모두들 침묵하고 있어... 하지만 난 그런 거...

 

비이

이 섬의 비밀에 대해 뭔가 알고 있는거야?

 

소년

......오메라스를 지키기 위해, 제물이 된 아이가 있어.

 

루리아

제, 제물이요...!?

 

소년

엘브스의 숲에는 말이지, 악령의 엘브스가 살고있어... 그 녀석에게 바치는 거야.

 

우리들이 무사히 살고 있는 건, 제물 덕분이야... 그런데도 모두 모르는 척...

 

비이

산제물... 악령... 재앙의 마물과도 관련이 있는거야?

 

소년

......모르겠어. 하지만 그 오두막에는...

 

소년의 엄마

이녀석!! 무슨 이야기를 하는 거야!?

 

소년

엄마...! 있잖아, 이 사람들은 기공사니까 어쩌면...

 

소년의 엄마

누구에게도 말해서는 안돼! 그 악령에게 먹히고 싶은거니!?

 

루리아

죄송해요... 그 아이가 잘못한 게 아니에요, 우리들이 이야기를 물어봐서...

 

소년의 엄마

알아보려 하지 마세요! 우리들은 모두 받아들이고... 행복하게 살고 있어요!

 

 

소년의 엄마는 단장 일행을 노려보고는, 소년의 손을 끌고 걸어가버렸다.

 

그 뒷모습을 바라보면서, 단장 일행은 단순한 일이 아니라고 확신했다.

 

 

 

엘브스의 숲 깊은 곳... 비밀스러운 동굴의 사당 앞에, 늠름히 서 있는 남자의 모습이 있었다.

 

모리모리

......그 하빈 소녀. 우리에게 길조인가 흉조인가....

 

뭐, 어느쪽이든 상관없지. 어차피 나는 그 아이와...

 

 

모리모리의 옆모습을 바라보듯이, 낡은 사당은 조용히 서 있었다.

 

그 가운데 그려진 모양은, 검은 백합의 모습을 하고 있었다.

 

 

 

 

 

 

 

 

 

 

 

 

그 날 역시 드롯셀은 숲에서 네리네에게 읽고 쓰기를 가르치고 있다.

 

드롯셀

...그런 이유로, 이 문자열의 의미는 뭘까요?

 

네리네

네네~! 「상점가에서 쇼핑」맞지?

 

드롯셀

정답이에요! 상점가라는 건, 가게가 모여있는 거리로...

 

네리네

쇼핑이란, 돈과 물건의 교환! 드롯셀의 집은 쇼핑을 잔뜩 시키는 사람!

 

드롯셀

상인에 대한 설명은 어폐가 있지만... 대체로 맞는 말이에요!

 

네리네

에헤헤...♪ 쓰는건 아직 어렵지만, 일람표를 보고 비교하면 읽을 수는 있어!

 

드롯셀

후훗... 이것도 저의 지도 덕분이에요!

 

네리네

그 말대로야! 마을의 이야기도 해주고... 드롯셀은 선생님의 천재야!

 

드롯셀

아, 아뇨, 그게... 그렇게 정면에서 말하면...

 

네리네

에헤헤♪ 하지만 정말인걸!

 

드롯셀

으으~....

 

 

네리네의 꾸밈없는 미소를 직시하지 못해, 드롯셀이 눈을 피한 순간...

 

[꼬르륵거리는 소리]

 

드롯셀

앗...

 

네리네

점심시간이 지났네~! 네리네도 배고파졌어!

 

드롯셀

아뇨, 전... 배에서 소리같은 건...

 

네리네

에~? 드롯셀에게서 소리 났는데!

 

드롯셀

.........

 

...맞아요, 소리가 났어요. 배가 꼬르륵 거리네요~!

 

네리네

그럼 같이 점심 먹자! 네리네가 숲의 스프를 만들어 줄게!

 

 

네리네가 익숙한 모습으로 움직이자 순식간에 숲의 식재료가 조리되어 주변에 향기로운 냄새가 퍼졌다.

 

 

드롯셀&네리네

잘 먹겠습니다~♪

 

드롯셀

우선은 스프부터...

 

~~~~~~♪ 너무 맛있어요! 뺨이 떨어져 버릴 것 같아요~!

 

네리네

다행이다~! 뺨이 떨어지면 주워줄게!

 

드롯셀

정말...! 뺨이 떨어진다는 건...

 

네리네

와앗!? 잠깐만!

 

지금은 선생님이 되면 안된다구? 네리네가 가르쳐 줄 차례니까!

 

드롯셀

가르쳐 줄 차례...?

 

네리네

그래! 언제나 가르침을 받고 있으니까, 숲의 좋은 부분도 가르쳐주고 싶어서...

 

도시의 맛있는 밥에는 미치지 못할지도 모르지만.

 

드롯셀

네리네...

 

네리네

「드롯셀은 네리네의 요리를 와구와구 냠냠 먹었다!」

 

「드롯셀의 뺨이 철푸덕 떨어졌다!」

 

드롯셀

그건 무섭잖아요!?

 

네리네

「두 사람은 친구가 됐고, 작은 새도 축하해 주었다! 잘됐다 잘됐어!」

 

드롯셀

친구...?

 

네리네

그래! 함께 있으면 즐거워지는 사람... 네리네가 틀린거 아니지?

 

드롯셀

.........

 

...네, 물론이죠. 친구가 맞아요.

 

 

드롯셀은 미지의 울림에 당황했지만, 확실하게 미소를 띄웠다.

 

 

드롯셀

...... 이 나무 열매, 굉장히 맛있어요. 뭐라고 부르는 거에요?

 

네리네

응...? 맛있는 나무 열매라고 하면 안 돼?

 

드롯셀

그, 그렇군요... 이름이 없는 것도 있는 거군요...

 

 

두 사람은 따뜻한 점심을 둘러싸고 끝없이 이야기를 나눈다.

 

 

드롯셀

(아아...! 왠지 마음까지 배가 불러요...)

 

(이렇게 즐거운 한 때가 얼마만인지 모르겠어요~!)

 

 

드롯셀은 어느새 네리네와 마찬가지로 만면에 미소를 띄우고 있었다.

 

 

그날 밤, 그랑사이퍼에 돌아온 드롯셀은 안치라 일행에게 말을 걸었다.

 

드롯셀

...다녀왔어요.

 

안치라

......! 어서와 드롯셀 씨.

 

드롯셀

(네리네와 그... 친구가 됐으니까)

 

(괜찮아...! 이상한 고집만 부리지 않으면 안치라 씨와도...)

 

 

드롯셀은 긴장하며 주머니 속에 손을 넣었다.

 

 

드롯셀

(숲에서 가져온 선물... 이름 없는 맛있는 나무열매... 이걸 화제로 삼아서...)

 

실프

너의 귀환을 기다리고 있었다, 러브 드롯셀.

 

리리

오늘도 있지, 배를 탐험하면서 이야기하자!

 

드롯셀

이야기... 사랑에 관해서 이야기 하자는거야?

 

실프

이번엔 오감에 빗대어보자. 맛이라면 달거나 쓴것도 있고, 냄새라면 향긋하거나 구린 것도 있지...

 

리리

아직 잘 모르겠어! 또 드롯셀 쨩의 이야기를 듣고 싶어!

 

드롯셀

......!

 

안치라

애초에 사랑의 전도사란 건, 어쩌다 그렇게 불리게 된거야?

 

실프

그래... 자세히 설명해 준다면, 큰 참고가 될 거다.

 

드롯셀

(......솔직하게 말하는 거야. 나는 러브 드롯셀이 아니라고...)

 

저기, 실은...

 

안치라

그래도, 의외라고나 할까... 깜짝 놀랐어. 그렇게 경험이 풍부하다니.

 

드롯셀 씨는 우리랑 마찬가지로 보통 아이로 보였거든.

 

드롯셀

......!

 

리리

드롯셀 쨩은 굉장한 레이디였어!

 

리리는 공부도 어려워서 싫은데, 드롯셀 쨩은 여러가지 공부도 하고... 튜브가 달라!

 

실프

리리... 거기서는 튜브가 아니라 그릇이 맞지 않나?

 

*튜브 - 우키와 , 그릇 - 우츠와

 

리리

하와와...?

 

드롯셀

(아아....)

 

 

드롯셀의 몸에서 힘이 빠지고, 안치라 일행의 모습이 멀게 느껴진다.

 

 

드롯셀

(내가 당신들과 같은 보통 아이? 그릇이 다르다고...?)

 

(당신들이 그런 말을 하는 건가요...? 하필이면 당신들이...)

 

 

드롯셀

으아~...! 블랙 커피는 너무 써요~!

 

그래도... 힘내서 마실 수 있게 될 거에요!

 

 

드롯셀

우으... 장부를 보고 있었더니 눈이 빙글빙글 돌아요...

 

아니요, 드롯셀! 여기서 힘내면 분명히...

 

 

드롯셀

......

 

 

그 순간, 드롯셀의 몸 속 깊은 곳에서 짜내어지듯이 말이 튀어나왔다.

 

 

드롯셀

... 태어날때부터 특별하다는 건 즐겁겠어요. 아무 생각없이 그런 말도 할 수 있고.

 

리리

엣...?

 

안치라

특별...? 무슨 말이야?

 

드롯셀

알고 있어요... 어차피 나에 관해서는 뒤에서 비웃고 있겠죠?

 

아무런 재능도 없는 보통 아이 주제에, 아는 척 하느라 필사적이라고.

 

안치라

뭐라고...

 

드롯셀

(...안돼요. 이런 이야기를 할 생각은...)

 

리리

...드롯셀 쨩? 미안해, 리리가 이상한 말을...

 

안치라

갑자기 뭐야? 평범하니 특별하니, 신경써본 적 없는데.

 

드롯셀

......! 신경써본 적이 없어...?

 

전... 저라고...! 신경쓰고 싶어서 신경쓰는게 아니에요!

 

실프

진정하거라, 드롯셀. 우리는 너에게 악의가 없다.

 

드롯셀

그런 건...! 오히려 그게 저를...!

 

.........!

 

리리

앗, 드롯셀 쨩!

 

실프

어쩌지? 어째서 드롯셀은...

 

안치라

몰라! 갑자기 화내기나 하고... 이유를 모르겠어!

 

 

코르와

......

 

드롯셀 쨩...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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