네리네를 찾아 숲 속을 달리는 드롯셀.

 

 

드롯셀

하아... 하아...!

 

.........!!

 

 

몇번이고 넘어져 상처투성이가 되어도 걸음을 멈추지 않았지만...

 

 

드롯셀

여기는... 숲의 입구...?

 

 

주위는 밤의 어둠에 뒤덮혀 있어, 드롯셀은 무심코 그 자리에 웅크려 앉았다.

 

 

드롯셀

정말로... 이걸로 작별인 건가요...?

 

어째서...! 그럴 순 없어요!

 

......이럴 줄 알았다면, 차라리 네리네를 만나지 못했더라면...

 

 

 

 

드롯셀

.........

 

안치라

어서 와, 드롯셀...

 

엇, 그 손...! 피가 잔뜩 나고 있잖아!?

 

드롯셀

......제가 한 거에요. 네리네의 이름을 새기려고...

 

리리

스스로...! 드롯셀 쨩, 너무 아플 것 같아...

 

드롯셀

......아파요. 분명 네리네도 비슷하겠죠...

 

글자가 사라져버리는 이상, 이것밖에 방법이 없어요.

 

실프

드롯셀... 네리네라는 건...

 

드롯셀

......! 기억이 나시나요!?

 

실프

......아니, 들어 본 적이 없다. 들어본 적이 없을 테지만...

 

신기하구나... 스프의 향기가 떠오른다.

 

드롯셀

......!

 

안치라

......오늘 말이지. 셋이서 의논해봤어.

 

우리들은 소중한... 드롯셀을 위해 뭔가 할 수 없을까 하고.

 

하지만 어째서인지...! 아무리 노력해도 떠오르지 않아.

 

리리

드롯셀 쨩이 이렇게 힘들어하는데... 우린 아무것도...!

 

드롯셀

다들...

 

리리

우으...! 역시 치료하게 해 줘! 지금 구급상자를 가져올테니까!

 

안치라

......저기 드롯셀. 난 또 잊어버릴지도 모르지만...

 

네리네 씨에 관해 가르쳐 주지 않을래?

 

드롯셀

.........

 

네리네는... 제가 처음으로 사귄 친구에요...

 

저와 여러분을... 이어준 아이에요.

 

 

자신의 방에 돌아온 드롯셀은 응급처치를 받은 손의 상처를 바라본다.

 

 

드롯셀

네리네와 만나지 않았다면, 이런 다정함도 알지 못했겠죠...

 

네리네와 만나서 좋았다는 건 확실해요!

 

하지만...! 도대체 어떻게 해야...

 

 

드롯셀이 머리를 부여잡고, 바닥에 주저앉은 그 때...

 

책상 위의 편지더미가 무너져, 드롯셀의 앞에 떨어진다.

 

 

드롯셀

편지... 아버지와 어머니, 할머니에게서 온...

 

 

드롯셀

......나를 걱정하실까? 화가 나셨을까? 아니면 실망하셨을까...

 

드롯셀

.........

 

 

모리모리

......어른이 되면 알 거다. 세상에는 알면 안되는 진실이나, 마주할 필요가 없는 현실도 있다는 걸.

 

드롯셀

......그렇다고 해도, 전...

 

 

드롯셀은 편지를 들고, 결심을 굳히고 봉인을 뜯었다.

 

 

드롯셀

오랜만에 보네요... 아버지의 글시체...

 

.........

 

 

아버지로부터의 편지

.......사랑하는 드롯셀에게.

 

드롯셀에게 답장이 없는 건, 즐겁게 지내고 있기 때문이라고 믿고, 아빠는 편지를 계속해서 보낸다.

 

......아니, 어떨까? 드롯셀은 노력파니까, 다른 사람들보다 좌절하고 있을지도 모르겠다.

 

하지만, 아빠는 아무것도 걱정하지 않아! 아빠의 자랑스런 딸이니까 말이지...

 

드롯셀

아, 아버지가... 걱정...하지 않아...?

 

내가 마을에 나가기만 해도 호위를 두사람은 붙이시던 그 아버지가...?

 

 

드롯셀은 편지를 일단 넣고, 다음은 어머니에게 온 편지를 개봉한다.

 

 

어머니로부터의 편지

......사랑하는 드롯셀에게.

 

기공정에서의 여행은 어떠니? 배멀미는 이제 하지 않게 되었겠지!

 

엄마는 네 선택을 항상 응원하고 있단다.

 

드롯셀의 동상은 위대한 기공사로써 세워지게 되겠지? 그 때가 정말 기다려진단다...

 

드롯셀

어, 어머니까지...!?

 

하지만, 할머니는... 분명 어흥하고 화를...

 

 

할머니로부터의 편지

......드롯셀에게.

 

아득한 창공을 바라보고 있으면 어딘가에 네가 있는것 같다고 생각하게 되는군요.

 

그 날... 네가 혼자서 여행을 떠난 걸, 나는 자랑스럽게 생각하고 있답니다.

 

너는 불안할지도 모르겠지만, 할머니는 전혀 걱정하지 않아요.

 

드롯셀은 옛날부터, 중요한 것은 절대로 실수하지 않는 똑똑한 아이니까.

 

언젠가 집에 들르게 되면, 좋아하는 쿠키를 구워 줄게요.

 

드롯셀

설마... 그럴수가...!

 

화내시지 않으셨어... 반대도 걱정도...

 

.........

 

 

드롯셀은 편지를 품에 안고 눈을 감고 심호흡을 했다.

 

마음까지 배가 부르듯이, 따뜻한 감각이 발끝까지 차올랐다.

 

 

드롯셀

중요한 것은... 절대로 실수하지 않아...

 

......그래요. 나에게 있어서 특별한 건...

 

 

 

 

 

 

 

 

 

 

 

 

 

해가 뜨는 것과 동시에 엘브스의 숲으로 다시 걸음을 옮기는 드롯셀.

 

하지만 네리네가 있는 곳은 짐작조차 되지 않고, 거대한 숲 속을 그저 달리고 있다.

 

 

드롯셀

누가 뭐래도... 포기할 수는 없어요...!

 

 

오믈렛

삐삐삐~!

 

드롯셀

......! 오믈렛...?

 

오믈렛

삐이~~!

 

드롯셀

따라오라고... 그렇게 말하고 싶은 건가요?

 

 

오믈렛은 드롯셀은 유도하듯이 날아올라, 망설임없이 나무들 사이를 날아간다.

 

이윽고 도착한 곳은 커다란 그루터기가 있는, 언제나 네리네와 만나던 장소였다.

 

 

네리네

.........

 

드롯셀

네리네...! 드디어 찾았어요!

 

네리네

드롯셀...!? 네리네가 보여?

 

드롯셀

당연하죠! 찾지 못한 채로 끝나는 숨바꼭질 같은 건 없어요!

 

 

드롯셀과 네리네는 언제나 함께 있던 그루터기에 앉았다.

 

 

드롯셀

......미안해요. 네리네가 힘들어 하는 거, 전혀 눈치채지 못해서...

 

네리네

그건 어쩔 수 없지. 네리네도 몰랐던 걸.

 

그래도 너무하지! 드롯셀에게 친구가 생긴다면 네리네가 잊혀져 버린다니.

 

네리네라면 그런 이야기는 쓰지 않아! 제대로 잘됐구나 잘됐어 해야지!

 

드롯셀

정말이에요... 네리네의 이야기는 마지막에 잘됐네요로 끝나는것 밖에 좋은 부분이 없는데 말이에요.

 

네리네

아아~!? 지금 밖에라고 했다~!

 

이제 안 들려줄거야? 네리네의 재밌는 이야기!

 

 

네리네는 뺨을 부풀리지만, 곧 곤란한듯이 미소지었다.

 

 

네리네

마지막 작별인사... 하러 와준거지?

 

드롯셀

.........

 

네리네

......고마워. 마지막에 네리네를 찾아줘서...

 

드롯셀

......작별이라면, 이미 끝났어요.

 

네리네

엣...?

 

드롯셀

저, 열심히 생각했어요... 네리네와 함께 있을 수 있는 방법을... 하나밖에 떠오르지 않았어요.

 

네리네

방법...? 드롯셀, 무슨 말을...

 

드롯셀

저는... 진정인이 될 거에요.

 

 

드롯셀의 이야기에 호응하듯이 바람이 불어 나무들이 흔들렸다.

 

 

네리네

자, 잠깐 기다려...! 그건...

 

드롯셀

당신과 함께, 영원히 숲에 산다... 그거라면 잘됐구나죠?

 

네리네

잘됐지 않아! 왜냐면 안치라 씨 일행은... 기공단의 동료들은...

 

드롯셀

네리네와 함께 있을 수 있다면, 난 다른 건 아무것도 필요 없어!

 

네리네

.........!

 

드롯셀

......네리네는 저에게 이렇게 말했어요.

 

처음으로 사귄 친구라고 특별한 존재라고...!

 

저도 마찬가지에요... 이 하늘에 단 하나뿐인, 특별한 사람이에요!

 

네리네

드롯셀...

 

드롯셀

......기공단의 모두에게는 밤에 편지를 써서 남겨뒀어요.

 

중요한 건 실수하지 않아... 네리네를 혼자 두지 않아요!

 

네리네

.........

 

......모리모리는? 모리모리도 함께야.

 

드롯셀

......아, 그랬죠. 뭐 끼워줘도 괜찮아요.

 

네리네

다행이다...! 모리모리가 삐질지 모르니까.

 

다행이...지만...

 

 

네리네는 주저하면서도 똑바로 드롯셀의 눈을 바라본다.

 

 

네리네

드롯셀의 마음은 말이지, 정말정말 기뻐.

 

드롯셀과 만나지 못하게 된다면, 달이 나오지 않는 밤에는 생각나서 조금 눈물이 나와버릴거라고 생각해.

 

드롯셀

......당신에게 눈물은 어울리지 않아요.

 

네리네

그럴지도 모르지만... 드롯셀이 여기에 있다면, 더 많은 사람들이 울게 될거야.

 

드롯셀

.........!

 

네리네

네리네는 말이지... 드롯셀이 바깥 세상을 잔뜩 보고 와줬으면 좋겠어.

 

 

네리네는 드롯셀의 손을 잡고 소중히 말한다.

 

네리네

작은 새 이야기 있잖아? 네리네의 작은 새는 남쪽의 섬에는 가지 않기로 했어.

 

고향인 북쪽 나라에서 살면서... 남쪽 섬의 이야기는 바람에게 듣고, 상상하면서 즐겁게 지낼거야.

 

드롯셀

네리네...

 

네리네

드롯셀은 날아가지 않으면 안돼. 힘차게 여행하는 철새처럼.

 

네리네에게 편지로 들려 줘! 드롯셀의 모험 이야기!

 

드롯셀

......알고 있는 거야? 그 때는, 난 네리네에 관한 걸...

 

네리네

꼭 부탁해♪

 

부탁해... 부탁이니까...

 

마지막 기억은... 웃으면서 인사하고 싶으니까.

 

 

네리네의 눈에 고인 눈물을, 드롯셀은 손가락으로 살짝 닦는다.

 

 

드롯셀

......치사해요.

 

당신에게 부탁받으면... 왠지 들어주고 싶어지니까.

 

하지만... 마지막에 하나정도, 저도 부탁하고 싶은 게 있어요.

 

 

드롯셀이 전한 말에 네리네는 눈을 크게 뜬다.

 

 

네리네

굉장한 아이디어지만... 실패하면 드롯셀이...

 

드롯셀

저에게 맡겨주세요! 교섭술이라면 할머니에게 조금... 레이디의 몸가짐으로 배워 뒀으니까.

 

 

드롯셀은 크게 크게 숨을 쉬고 각오를 굳히듯이 숨을 내쉰다.

 

하늘에는 아침해가 쨍쨍히 빛나며, 나뭇잎 사이로 비치는 햇빛이 그루터기를 비추는 것이었다.

 

 

 

 

 

 

 

 

 

 

 

 

 

 

모리모리

...... 이런이런. 조금 복잡한 재회구만.

 

드롯셀

당신에게는 화가 안풀렸어요! 네리네가 있는 곳을 알려줬더라면 일이 훨씬 잘 풀렸을 텐데...!

 

모리모리

아니 왜냐면...! 그 때는 이미...

 

......아니, 뭐 알았다. 드롯셀의 열의에 졌다.

 

 

모리모리는 팔랑팔랑 손을 흔들며 한숨을 내쉬었다.

 

 

모리모리

......그건 그렇고, 엘브스와 이야기를 하고 싶어 왔다라...

 

네리네의 부탁도 있었으니, 사당 안에 있는 암실까지는 안내해 주겠지만...

 

엘브스는 결정같은 형태로 깊은 잠에 빠져있다구? 내가 불러도 답해주지 않아.

 

드롯셀

알고 있어요. 안된다면 깨끗이 포기할테니까요.

 

모리모리

과연 그럴까나... 만났을 때보다 담이 커졌다고 할까...

 

왠지 한 100일쯤은 아무 일 없다는 듯이 앉아있을까봐 좀 무섭단 말이지.

 

드롯셀

모리모리야말로... 네리네를 위해서라면 그 정도는 할 것 같아요.

 

모리모리

하핫, 뭐 그렇지!

 

이런저런 인연이 겹쳤지만... 처음엔 여동생처럼, 어느새 딸처럼 귀여워하던 특별한 아이다.

 

그래서 말이지... 사실은 드롯셀이 어른스럽게 돌아가줬으면 좋겠지만.

 

드롯셀

......

 

 

동굴에 발을 들이자, 모리모리는 천천히 입을 연다.

 

 

모리모리

......난 말이지, 진정인이 된 걸 나쁘게 생각하진 않아.

 

드롯셀

......어째서인가요? 오메라스를 위해서, 당신의 인생은...

 

모리모리

잊어버리면 좋으니까. 안 좋은 일은 전부 말이지.

 

 

모리모리는 동굴의 끝을 바라보면서 그리운 듯이 미소지었다.

 

 

모리모리

우리 부모님은 내가 태어나자마자 곧 돌아가시고... 그 시점에서 다음 진정인은 나로 결정된 것 처럼 됐어.

 

어린 시절부터 오두막에서 살면서 출하를 기다릴뿐인 가축처럼 취급됐지만...

 

딱 한명, 매일같이 몰래 나를 찾아오는 녀석이 있었어.

 

그 녀석은 그림책을 가져오거나, 맛있는 밥을 가져다주거나... 창문을 사이에 두고 끝말잇기 같은것도 했지.

 

드롯셀

그 사람이... 전에 말했던 친구인가요?

 

모리모리

그래...... 그 녀석이 어느 날 울면서 오두막에 와서...

 

남자아이

......미안, 모리모리. 이제 여기에는 올 수 없어...

 

가족들에게 들켜버렸어. 이 오두막에 들리는 걸.

 

잔뜩 화를 냈어. 네 탓에 진정인이 되지 못해서 오메라스가 멸망하면 어쩔 꺼냐고.

 

하지만 난...! 이런 건 잘못됐다고 생각해!

 

내가, 마을의 위대한 사람이 되서... 반드시 모리모리를 구해줄테니까!

 

그러니까, 그 때까지... 살아서 기다려 줘!

 

모리모리

...... 이미 얼굴도 기억나지 않아. 뜨겁게 말했지만, 아마 그 쪽도 마찬가지겠지.

 

드롯셀

.........

 

모리모리

하지만... 잊어버리는 것이 뭐가 나빠?

 

그 녀석은 나쁘지 않아. 엘브스도... 네리네도 나쁘지 않아. 역대 촌장들도 고통스러운 결단이었어.

 

싫은 현실에서 도망치고, 안 좋은 일은 잊어버리고... 그러면 인간은 건강하게 살아갈 수 있어.

 

드롯셀

......혹시 절 격려하고 있는 건가요?

 

모리모리

혹시고 자시고다. 네리네를 잊어버리더라도 드롯셀은 나쁜게 아니야.

 

드롯셀

.........

 

모리모리

......자, 도착이다. 건투를 빌지!

 

 

신비로운 사당의 더욱 안 쪽... 동굴 속이라고는 생각되지 않는 넓은 공간이 거기에 있었다.

 

 

드롯셀

우으... 왠지 기분나쁜 한기가 돌아요...

 

 

중심에 안치된 결정체로 드롯셀은 살짝 다가간다.

 

 

드롯셀

......엘브스 씨, 거기 계신가요?

 

 

드롯셀의 목소리는 조용히 울리지만, 그 뒤에 돌아오는 대답은 없다.

 

 

드롯셀

.........

 

재앙의 마물에 닿았을 때... 암흑 속에서 목소리가 들렸어요.

 

슬픔, 외로움... 호소하는 듯한 목소리... 그건 당신의 목소리였죠?

 

저는... 당신의 갈 곳 없는 마음을 해방하는 걸 도와드리러 왔어요.

 

 

조용한 소리가 울릴수록 공간은 무겁게 가라앉았다.

 

 

드롯셀

.........

 

정말! 나오지 않겠다면 여기서 100일쯤 앉아있을 거에요!

 

 

엘브스

귀찮다!

 

드롯셀

꺄악...!?

 

 

갑자기 드롯셀의 눈 앞에 연기가 날리듯이 누군가가 나타났다.

 

 

드롯셀

당신이 엘브스 씨...?

 

엘브스

......꺼져라. 너 같은 꼬마의 상대를 해 줄 이유는 없다.

 

드롯셀

저기... 저를 알고 계신가요?

 

엘브스

......알다마다. 내 반신과 행동을 함께하는 소녀잖나.

 

드롯셀

맞아요... 네리네의 친구인 드롯셀이라고 합니다.

 

엘브스

풋, 친구인가... 그것의 머릿속은 여전히 꽃밭이구나.

 

나와 네리네의 근본은 같지만, 성격은 상극이다. 그러니 친한 척 굴지 마라.

 

 

짜증스럽게 숨을 내쉬는 엘브스에게, 드롯셀은 깊이 머리를 숙인다.

 

 

드롯셀

엘브스 씨에게 부탁이 있어요.

 

네리네와 함께... 마을을 돌아보고 싶어요.

 

엘브스

뭐라고...?

 

드롯셀

딱 한번만이라도...! 하루만이라도 좋으니까요. 헤어지기 전에 마지막 추억으로...

 

엘브스

...... 내 힘을 빌려주면, 잠시 숲을 나서는 건 쉬운 일이지만...

 

내가 받아들이면? 아무것도 해 줄 것이 없지 않나.

 

드롯셀

있어요! 폭신폭신 케이크의 맛을 알 수 있어요!

 

엘브스

폭신폭신 케이크......?

 

드롯셀

네리네는 마을에 가보고 싶어하고... 뿌리가 연결됐다면, 당신도 그렇게 바라고 있겠죠!

 

네리네의 감각은 전해지고 있겠죠? 그렇다면...

 

엘브스

꼬맹이다운 유치한 이론이다. 그런 것에 흥미는 없다.

 

하지만... 너에게는 조금 흥미가 생기는구나.

 

 

엘브스는 그림자를 흔들며, 드롯셀을 바라보고 웃는다.

 

 

엘브스

알고 있겠지? 너의 소원이 이뤄진다면 네리네와 함께한 기억도 사라진다...

 

너에게는 아무것도 남지 않아, 오히려 이별의 고통만 늘어날 뿐이다.

 

나에게 죽을 위험까지 무릅쓰면서... 대체 무슨 의미가 있는 거지?

 

드롯셀

......

 

글자는 기록에, 이야기는 기억에... 사람의 마음 속에 새겨져 남아요.

 

네리네는 천재작가니까. 나와의 추억을 이야기하고, 기억해 줄거에요...

 

엘브스

답이 되질 않는구나. 역시 너에게 아무런 이득도 없잖는가.

 

드롯셀

네리네의 소원이 이뤄진다면, 그건 저에게도 이득이 돼요.

 

물론... 네리네와 연결된 당신에게도.

 

엘브스

.........

 

하하하하!

 

괜찮겠지! 네가 작별의 때에 절망하는 얼굴이... 울부짖는 얼굴이 보고 싶어졌다!

 

하루정도 좋아하는 마을에서 보내거라. 그 후에는 모든 기억을 잃고 절망만이 남을 테니!

 

드롯셀

......감사합니다.

 

 

드롯셀은 한숨을 내쉬며 정면에서 엘브스를 바라본다.

 

 

드롯셀

마지막으로, 저에게...

 

 

 

 

 

 

 

 

 

 

 

 

 

 

 

 

 

 

 

 

 

 

 

운명의 날... 그랑사이퍼의 갑판에는, 단원들이 모여있다.

 

코르와

두 사람, 입장~!

 

 

드롯셀과 네리네

ㅡㅡㅡㅡ

 

 

세 사람

오오~....!

 

드롯셀

......어, 어떤가요?

 

리리

굉장해 굉장해! 정말 잘 어울려~♪

 

안치라

잘 어울려~! 좋구나 좋아~!

 

네리네

고마워, 안치라! 네리네도 맘에 들어♪

 

에헤헤... 이걸로 네리네도 마을아가씨?

 

실프

겉보기에는 완벽하다만... 머리카락에는 나무 열매 껍질이 붙어있구나.

 

네리네

우왓, 아뿔싸...!? 드롯셀, 떼줘 떼줘!

 

드롯셀

정말...! 왜 나무 열매 같은게 붙어있는 건가요!?

 

 

엘브스의 힘으로 숲을 나온 네리네는 일행에게도 감사를 전하고 드롯셀의 친구와 소개를 나눈다.

 

 

드롯셀

......코르와 씨, 정말 고마워요!

 

설마, 우리들을 위해 옷을 만들어 주실 줄이야...!

 

코르와

안치라 쨩과 친구들도 도와줬거든? 디자인의 의견이라던가 소재 모으기라던가...

 

전에도 말했지? 옷이란 건...

 

 

코르와

멋은 하루하루를 빛나게 하는 마법... 아무것도 없는 추억도 빛나게 해주는 거야.

 

드롯셀 쨩의 추억에 다가갈 수 있는 옷을 만들어 주고 싶어서... 쭉 준비해 왔어.

 

드롯셀

추억에... 다가간다...

 

네리네

그런데... 어째서 네리네 것도 있는 거야?

 

코르와

으~음... 우리가 말하는 것도 그렇지만, 왠진 잘 모르겠어.

 

리리

2벌이 필요하다고... 모두의 의견이 같았어.

 

안치라

맞아맞아. 드롯셀이 누군가에 대해 열심히 이야기했다... 그런 꿈을 꾼 것 같은 기분이 들어.

 

드롯셀

......!

 

...모두들. 정말 고마워요.

 

실프

다녀오너라. 두 사람이 즐겁게 보내면 좋겠구나.

 

 

그랑사이퍼를 뒤로하고 드롯셀과 네리네는 오메라스의 중심가로 나아갔다.

 

 

네리네

굉장해~~~~~!! 사람이 잔뜩 있네!!!

 

커다란 돌을 굴렸을 때, 잔뜩 있는 벌레 같아!

 

드롯셀

히익...!? 마을아가씨랑은 거리가 먼 표현이에요!

 

네리네

가게가 잔뜩...! 케이크 가게도 있는 거야?

 

드롯셀

흐흥... 저에게 맡겨주세요!

 

인기 있는 케이크 가게를 제대로 조사해 뒀어요!

 

네리네

역시 드롯셀! 의지가 돼~♪

 

 

드롯셀

우으... 설마하니 임시휴업일 줄은...!

 

네리네

큰일났네... 하지만 이야기에서는 자주 있는 일이야!

 

책이 모여있는 집은? 네리네 거기도 가보고 싶어!

 

드롯셀

도서관 말이죠! 그쪽도 조사해 뒀어요!

 

 

드롯셀

이럴수가...! 장서 점검으로 휴관...!?

 

네리네

이건...! 엎어치기 한 데 덮어치기 했다라는 거지?

 

드롯셀

엎친 데에요! 그렇게 자꾸 떄리는 말은 세상에 없어요.

 

하아... 네리네에게 보통 마을에 사는 걸 체험시켜주고 싶었는데...

 

네리네

에~? 그건 무리잖아?

 

드롯셀과 함께라면 특별한 시간이 되버리는 걸.

 

드롯셀

..........~~~!!

 

다, 당신... 부끄러워 하지도 않고 잘도 그런 말을...

 

네리네

저기, 저쪽으로 걸어도 돼? 바닥에 돌이 멋지게 깔려있었어!

 

드롯셀

조약돌 거리 말인가요? 발밑에 신경 써야해요!

 

 

드롯셀과 네리네는 정처없이 거리를 산책하며 특별한 일상을 보낸다.

 

 

드롯셀

자, 컵 받아요. 여기 벤치에서 쉬도록 해요.

 

네리네

고마워네리네~♪ 왠지 수면이 찰싹거리는데?

 

드롯셀

탄산음료라는 음료에요! 입 속에서 튀는게 자극적이라서 당신에게는 아직 무리일지도...

 

네리네

음~~~♪ 상쾌해서 맛있어~!

 

드롯셀

(뭐, 뭐라구요...!? 코를 붙잡지도 않고 탄산음료를...?)

 

네리네

음...? 드롯셀은 안 마셔?

 

드롯셀

......아, 아뇨! 물론 마셔야죠!

 

~~~~~!!!

 

네리네

어라라~? 설마하니...... 아파?

 

드롯셀

아, 아플리가......

 

있어요~! 목이 찌리릿하고...! 너무 갑자기 마셔버렸어요!

 

네리네

에헤헤...♪ 사실은 네리네도 조금 아팠다구?

 

그러니까, 천천히 마시자. 이야기 하면서!

 

드롯셀

네... 그렇게 해요.

 

 

 

네리네

해가 저물어버렸지만... 마을은 아직 밝게 반짝이네.

 

드롯셀

저기 있는 가게에 가봐요. 더 반짝이는게 있어요!

 

네리네

이건... 동물을 잡을 때 쓰는 함정?

 

드롯셀

......목걸이에요. 목에 거는 장식품이에요.

 

네리네

목걸이...! 반짝거려서 예뻐!

 

드롯셀

맘에 드는게 있으면 말해 주세요.

 

선물할게요. 마지막 기념품으로...

 

네리네

드롯셀...

 

...고마워. 하지만 네리네는 필요없어.

 

드롯셀

엣...!? 어째서요?

 

네리네

음... 어째서일까?

 

잘 모르겠지만... 이건 아니야...라는 느낌?

 

드롯셀

......이야기가 되는 쪽이 좋은가요?

 

네리네

에~!? 어떻게 알았어!? 숲에 돌아가면 쓸 생각이었어!

 

드롯셀

후후... 저도 당신을 따라해 볼 생각이에요.

 

네리네

따라해...? 드롯셀도 이야기를 쓸 거야?

 

그럼 취재야! 시간 아슬아슬할 때까지 놀자!

 

드롯셀

물론이에요! 아직 더 어울려주셔야 해요~!

 

 

드롯셀과 네리네는 보통의 마을 아가씨처럼 화기애애하게 상점가를 돌았다.

 

하지만 시간은 소리도 없이 지나가 작별의 시간은 밤과 함께 찾아왔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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